통계이야기

생성형 AI 시대의 필수 역량, 디지털 리터러시

김한성 ㅣ 고려사이버대학교 소프트웨어교육 교수

❶ 들어가며

“수업시간에 검색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에듀테크 교육을 하기 위해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1).”와 같은 한 현직 교사의 이 말처럼, 겉보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능숙하게 다루는 오늘날 학생들도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자기에게 적절한 형태로 활용하는 기초적인 역량 에서는 부족함을 보이곤 한다. 더욱이 ChatGPT의 등장 이후 글쓰기부터 코딩까지 생성형 AI가 학습 도구로 급부상하면서, 정보를 비판적이고 창의 적으로 활용할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새로운 ‘디지털 문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2). 실제로 교육 현장에선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현실이 되었고3),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각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과 중요성을 살펴보고, 국내외 연구 동향과 한국 학생들의 수준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기본 소양으로서 디지털 리터 러시의 역할을 짚어보고자 한다.

❷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과 국내외 연구현황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개인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의미한다. 1990년대 Gilster 등이 처음 사용한 이 개념은 당시에는 주로 정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가리켰지만,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크게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4). 디지털 리터러시가 단순히 컴퓨 터나 스마트기기 사용 능력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올바른 사용을 위한 윤리의식까지 포괄하는 필수 소양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를 찾아 평가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부터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기술을 활용 하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러 연구와 지표가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OECD 교육 2030에서는 미래 학습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데이터 분석력을 제안하였다5). 이는 전통적으로 교육계에서 중시되어온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력을 앞서는 순위로,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 활용 능력과 데이터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유럽연합(EU) 또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 워크(Dig Comp)를 통해 정보·데이터 활용,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제작, 안전, 문제해결의 다섯 영역으로 시민의 디지털 역량을 정의하고 있으며, UNESCO 역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교육을 강조하며 글로벌 차원의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UNESCO는 최근 전통적으로 강조해오던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와 더불어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활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함을 제안하고 있다6).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을 중심으로 초등, 중등 학생 대상의 국가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을 측정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 수준이라 함은 전국에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아니라,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체계적인 표집을 통해 전체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형태로 수행되는 연구를 의미한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국가수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연구는 초기 선다형 검사에서 시작해, 2023년부터 수행형 검사로 전환되며 학생들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서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검사를 재설계 하였다. 아울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강조된 인공지능 관련 내용도 포함해 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기반의 문제해결 능력, 코딩에 대한 기초 이해와 응용,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7).

❸ 한국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8)

그러면, 우리나라 초·중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24년 KERIS에서 실시한 국가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 검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에는 뚜렷한 강점과 약점이 혼재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우선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본적인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과 안전한 사용에 관한 지식에서 비교적 높은 성취를 보였다. 초등학생의 경우 디지털 기기 다루기 (디지털 도구) 영역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중학생의 경우 디지털 안전과 건강영역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 전반적으로 도구 활용 능력이나 사이버 안전 의식은 양호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디지털 자원 생산 영역, 즉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제작하는 능력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모두에서 다른 영역에 비해 낮은 성취 수준을 보였다. 물론 해당 영역의 문항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적 요구를 포함하고 있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의 단순 소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점차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할 때 해당 영역의 교육적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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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역별 100점 환산 점수(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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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영역별 100점 환산 점수(중학생)

학생들의 성취 수준 분포를 살펴보면 새로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 러시 수준은, 가장 높은 4수준(최고) 부터 가장 낮은 1수준(최저)까지 분류 했을 때, 초등학생들은 3수준과 4수준에 대부분 분포하고 1·2수준에 해당하는 비율은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검사가 말 그대로 기본 소양을 측정하는 관점에서 개발된 도구인 만큼 1, 2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의 경우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현저히 낮은 학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학생들은 초등학생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높은 수준인 3·4수준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초등에 비해 최하위인 1 수준 학생들의 비율이 2수준 학생들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일부 중학생들의 경우 디지털 기초 역량에서 매우 어려움을 겪는 집단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 간의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과 함께,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 가는 시기에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 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2024년 연구에서는 2023년과 2024년 결과를 비교해 학생들의 수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관찰하였다. 그 결과, 2024년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2024년 평균 점수가 2023년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졌고, 성취수준 분포에서도 상위권(4수준, 3수준) 비율이 증가하며 하위권(2수준, 1수준)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역시 2024년 평균 점수가 전년도 보다 높아졌고, 특히 최고 수준인 4수준에 속하는 학생 비율이 약 12%p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중상위 집단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학생의 최하위 집단(1수준) 비율도 소폭 증가한 점은 앞으로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할지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성별에 따른 분석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이번 2024년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같은 성별 차이는 2007년 첫 국가수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이후 꾸준히 관찰된 현상이며, 2018년 컴퓨팅 사고력 요소가 새롭게 포함되었던 해에는 일시적으로 남학생이 일부 영역에서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은 성취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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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단순한 기술 숙련도 이상의 역량, 즉 계획성과 집중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접근, 정보 판단력 등 복합적 사고력 및 학습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양임을 시사 한다.
또한 성별에 따라 디지털 학습 환경에서 보이는 참여 방식과 동기, 자기조절 능력의 차이를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남학생의 몰입도나 지속적인 문제해결 전략을 촉진할 수 있는 학습설계와 환경 지원이 병행되어야, 디지털 리터러시의 성별 편차를 줄이고 모두에게 효과적인 역량 함양이 가능할 것이다.

❹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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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는 이제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은 기본 문해력에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시대적 필수 역량이 되었다. 특히 AI와 데이터 기술이 교육과 삶 전반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곧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습자의 생존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역량을 중심으로 디지털 리터 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할까?

디지털 리터러시는 앞으로 새로운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 소양으로 지속적 으로 확장될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이제는 AI에 대한 이해, 윤리적 판단, 전략적 활용 역량이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생성형 AI를 교육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AI 도구의 무분별한 활용은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와 학습의 의미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교육적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서는 단계별 설계와 지도 원칙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따라서 생성형 AI를 교육 현장에 도입 하기 위해서는 연령별 발달 특성과 학습 환경을 고려한 체계적 연구와 실증 기반의 정책 수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야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육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성형 AI를 포함한 미래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충분한 논의와 준비 위에 설계되어야 하며, 학교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식의 변화가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학교에서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탐색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결과물을 창작 하는 활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코딩 수업에서도 문법 중심의 기술 습득을 넘어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탐색적 학습 활동도 시도되고 있으며, AI 리터러시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접목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9).

더불어, 디지털 시민성 교육 자료를 개발 하여 초· 중등 학생들이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디지털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10). 정책 차원에서는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형 AI 시대에 요구 되는 새로운 문해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 자료와 평가 도구의 지속적 개발을 통해 학교 현장의 실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과 정책의 변화가 함께 이뤄진다면, 우리는 비로소 생성형 AI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없이는 더 이상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11), 지금의 학생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삶의 필수 기술이 되었다. 이 중요한 역량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키워나간다면, 우리 아이들은 정보의 홍수와 AI 기반 도구들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거센 파도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나침반을 손에 쥔 미래 세대가, 단순한 기술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시민으로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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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09953
  • 2) https://shorturl.at/5cWvr
  • 3) https://www.keris.or.kr/main/aidtMain.do
  • 4) 김한성 외(2024). 2024년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및 발전방안 연구. KERIS.
  • 5) https://www.oecd.org/en/about/projects/future-of-education-and-skills-2030.html
  • 6) Stefania Giannini(2023) Generative AI and the future of education. UNESCO.
  • 7) 김한성 외(2024). 2024 년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및 발전방안 연구. KERIS.
  • 8) 3장의 내용은 ‘김한성 외 (2024). 2024년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및 발전방안 연구. KERIS.’의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였음.
  • 9) https://keris.or.kr/main/ad/pblcte/selectPblcteETCInfo.do?mi=1142&pblcteSeq=13792
  • 10) https://xn--2z1b40gs9nlqcf0n.kr/front/archive/archiveDetail.do?searchArchiveId=ARC000000000553
  • 11) https://www.esgkedu.com/news/articleView.html?idxno=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