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이야기

AI가 바꾸는 교실:
새로운 리터러시의 시대

김용성 ㅣ 충남대학교 기술교육과 교수

생성형 AI와 교육의 미래

학교 현장에서 챗GPT가 없으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누구일까? 최근 교사 대상 연수에서 필자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혹시 이번 생활기록부 작성하실 때, 생성형 AI를 전혀 활용하지 않으신 분 계신가요?" 놀랍게도, 약 80%의 교사들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혹은 ' 부분적으로' 활용했다고 답했다. 물론 해당 연수장은 AI 활용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응답 비율이 다소 높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일 학교가 아닌 여러 학교에서 참여한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생성 형 AI의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에서의 생성형 AI 확 산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편리한 도구가 사라진다면 누가 가장 불편을 느낄까? 위 질문에 따르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단연 선생님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은 학생들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청 소년정책연구원(2024)의 전국 청소년 대상 조사 결과, 청소년의 52.1%가 생성형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은 주로 정보 검색(3.93점)과 과제 수행(3.59점)에 AI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사용 이유는 '관심과 호기심'이 59.5%로 가장 높았고,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30분 미만'이 75.7%로 집계되었다. 이는 생성형 AI가 청소년들의 일상에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들은 단순한 과제 수행부터 복잡한 정보 검색까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요즘엔 단순한 구글 키워드 검색을 해도 구글의 Gemini의 답변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학생 들은 자연스럽게 AI에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AI,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활용하면서 큰 문제는 없을까? 이번 원고에서는 다양한 생성형 AI로 인해 우리 교육 현장 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에 대해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AI 리터러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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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AI 리터러시가 새로운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리터러시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기술적 능력을 넘어,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미래 사회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복잡한 문제 해결, 방대한 정보 처리,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목표에 맞게 적절한 AI 도구를 선택 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AI 활용을 권장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생성형 AI 서비스들은 연령 제한을 통해 미성년자들의 AI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 학생들에게는 AI 서비스 사용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무분별하게 AI 활용법만 가르치다 보면, 가장 창의력이 풍부한 시기에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제한되어 결과적으로 사고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 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생성형 AI는 때로 사실과 다른 정보(환각)를 생성 하거나, 특정 데이터에 편향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학생들은 AI가 제시한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른 자료와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닌, 비판적 사고력과 정보 판별 능력을 기르는 근본적인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
AI를 활용한 결과물에 대한 윤리적 책임 의식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AI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어떻게 인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또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활용 범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 역시 AI 리터러시 함양이 시급하다. 교사가 AI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학생들의 AI 활용을 적절히 지도하거나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과 학교는 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AI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수업, 업무 활용 사례 등)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이 AI 도구를 직접 체험하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AI 서비스 사용료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AI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성장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사회에서 학생들이 AI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생성형 AI 시대의 평가 패러다임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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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교육 환경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학생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졌다.
"이 과제가 정말 학생 스스로만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거의 모든 학습 과정과 결과물에 AI의 영향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학생이 만든 산출물을 구분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수십 년간 우리 교육이 지켜온 평가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과제 평가 방식은 주로 최종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었다. 결과물의 완성도, 내용의 충실도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결과물은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높은 수준으로 작성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평가 방식을 고수한다면, 실제로 평가하는 것은 학생의 본질적 능력이 아닌 AI 활용 능력이 되어 주객전도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은 '과정'과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그 결과를 어떻게 편집하고 활용 했는지, 여러 출처에서 얻은 정보를 어떻게 통합했는지 등의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즉, 학생이 AI를 얼마나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시간 평가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교실에서 문제를 해결 하는 과정을 관찰하거나, 실시간으로 사고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방식의 평가가 더욱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지식 암기나 정보 수집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차원적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평가 방식이다.
또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평가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한 답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형태로 글을 써보세요"와 같은 과제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AI를 교육적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교육 평가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이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역량 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반영하는 것으로, 교육의 본질적 목표에 더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AI와 함께하는 미래 교실의 모습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교실은 어떻게 변화할까? 올해부터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일부 도입 되어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제 교실에서의 AI 활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도구의 도입이 아닌, 교육 방법 론과 교실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AI와 공존하는 교실 모델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별로 AI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각 과목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접근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 수업 에서는 AI를 활용한 글쓰기 피드백 시스템이나 텍스트 분석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수학에서는 학생이 직접 문제를 풀어보고, AI를 활용하여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 사회 과목 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앞으로 AI는 각 교과의 본질적 학습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습은 오래전부터 이상적인 교육 모델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공교육에서는 이러한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기 어려웠지만, 새로운 형태의 AI 기반 교과서가 등장하면서 '모든 학생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별 학습 속도, 이해도, 관심사에 따라 AI가 맞춤형 학습 자료와 피드백을 제공하면, 교사는 더 많은 시간을 학생 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나 정서적 지원에 할애할 수 있다.
교실 운영 방식도 변화할 것이다. 전통적인 일방향적 강의 중심 수업은 감소 하고, 협력적 문제 해결이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정리한 후, 이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토론이나 창의적 활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는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기존의 교수법을 넘어, AI 도구의 적절한 선택과 활용, 학생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 방법,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수업 설계 능력 등이 필요하 다. 이는 교사 양성 과정과 연수 프로그램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 한다.
결국 AI 시대 교실의 성패는 기술 자체가 아닌 교육적 접근에 달려 있으며, AI를 잘 활용하는 교사가 그렇지 못한 교사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성형 AI가 불러올 교육 격차와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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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항상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격차를 만들어왔다. 생성형 AI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우리 교실에 들어온 AI가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AI로 인한 교육 격차는 단순히 컴퓨터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AI 접근성 차이다. 좋은 성능의 AI 서비스들은 대부분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 ChatGPT, Claude, Gemini와 같은 AI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고급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월 구독료가 필요하고, 이것이 실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환경이나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도 지역과 가정 형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런 물리적 접근성 차이는 곧바로 학습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격차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있다.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학생마다 크게 다르다. AI 에게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 AI가 제공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 여러 출처의 정보를 모아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이런 능력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이런 격차를 줄이려면 국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먼저 AI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기본적 AI 활용 능력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 정보 활용 능력, 윤리적 판단력을 함께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방과 후 AI 교육, 지역 도서관이나 청소년 센터에서의 AI 수업 등을 통해 가정에서 지원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충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교육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충분 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다. 기술 발전이 교육 불평등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AI가 진정으로 교육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