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광주교대 교수

FOCUS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

1. 들어가며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 한 분이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협조요청 글을 올렸다.

몇 분 선생님들께서 영화나 동영상을 추천한 것을 보고,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수업용 영상자료 추천 기능을 활용해 보았다. 선생님이 올린 글을 복사해서 ChatGPT에게 입력하니 몇 개의 영상을 추천하면서 추천이유, 주요 내용, 시청 방법, 영상 길이 등의 정보를 함께 제공했다. 제시된 답변을 복사해서 보냈더니 내가 커피 쿠폰에 당첨되었다며 보내왔다. 그래서 기계가 답한 것을 그대로 보낸 것이니 나 대신 열심히 답한 다른 선생님께 드리라며 사양했다.
생성 AI는 수업 자료와 관련하여 위에서 이야기한 온라인 자료 추천 외에 텍스트 자료 개발, 지침 개발, 시각 자료 제작, 그림 인식 기능 활용한 수업 자료 제작, 토론 주제 제시, 역할극 시나리오와 대본 제작 등등 교수자가 필요로 하는 수업 자료를 거의 대부분 만들어준다. 교수자들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 사용하는 예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이라는 생성 AI는 교육계의 마약일까 신약일까?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은 무엇일까? 호리병을 빠져나온 지니를 다시 집어넣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이 이미 나와 있고, 교수자와 학생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성만 강조한다고 해서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역량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 생성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스마트폰 경우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출판한 책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천재교육)」을 바탕으로 생성 AI 사용시 유의점을 밝히고, 수업 준비· 수업 진행· 학생 평가 등의 수업 활동, 생활지도를 포함한 학급경영 활동 관련해서 어디까지 활용 가능한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2. 생성 AI 활용 시 유의점

AI를 교수 학습 활동에 활용할 때 유념할 것이 있는데, AI 의존도 심화가 자칫 교육자와 학습자의 교육력 및 역량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I든 가상(증강)현실이든 모두 교사의 교육력이 튼튼해야 교육의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AI 시대의 교사는 교육 내용만이 아니라 교육철학, 생활지도를 포함한 학급경영 역량, 학습동기 유발을 비롯한 교수법 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AI로 인해 교사의 교육력이 저하되면서 교사 무용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학습자 또한 AI 의존형이 아니라, AI 활용형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기본 역량을 길러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역량을 갖춘 뛰어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AI에 의존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예술 활동을 비롯한 창의적 활동에 대한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인간의 고급역량마저 저하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AI 도움을 받아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간이 되는 것이지, AI에 의존하는 무능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 해당한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AI의 윤리적 사용과 사생활 보호, 그리고 거짓말을 사실처럼 얘기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생성 AI에 의존하거나 중독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협업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3.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

최고의 교수법이란 어떤 특정의 교수기법이 아니라 교수자가 자신에 맞는 교수법을 찾아 끝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은 생성 AI를 활용하여 자신에 맞는 교수법을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노력 자체를 의미한다. 수업 준비, 수업 진행, 학생 평가, 수업혁신 등의 수업 관련 활동과 성공적인 수업의 토대가 되는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 및 학생 행동경영을 포함하는 제반 학급경영에도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다.

가. 수업준비에의 활용

교수자들은 수업 준비와 관련하여 어디까지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수업 준비활동의 순서에 맞춰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본 결과 거의 모든 준비 활동에 활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의(수업) 계획서 만들기, 차시별 강의록(수업지도안) 만들기, 수업용 PPT 슬라이드 개요 만들기(PPT 전용 AI를 활용하면 PPT 제작 의뢰도 가능), 수업 주제별 동기유발(재미있는 수업 진행) 아이디어 얻기 및 프로그램 제작, 수업 주제별(차시별) 활동계획 작성 등 대부분의 것을 생성 AI에게 요청할 수 있다. 수업 자료 제작과 관련해서는 텍스트 자료, 지침 개발, 가상 사례 만들기 혹은 실제 사례 찾기, 온라인 자료 추천 및 시각 자료 제작, 토론 주제, 요약 자료 만들기, 역할극 시나리오와 대본 만들기 등도 요청이 가능하다.
아울러 첫시간 마음열기(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 만들기, 학습공동체 형성 및 강화 활동 프로그램 만들기까지도 가능하다. 잘 사용하면 수업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 재미있고 질 높은 수업이 되도록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풍부하고 질 높은 자료, 학생 맞춤형 수업 자료 제작은 수업의 효과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나. 수업진행

지금까지 사용해본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생성 AI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맡겨 쉽게 처리하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고급 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생성 AI에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성공적임이 입증될 때까지는 제한된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ChatGPT 회사가 13세 이하 아동의 가입을 금하는 이유도 그러한 문제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도 굳이 사용하고 싶다면 5학년 이상에서 ‘모의실험 기반 학습’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교사의 지도 및 감독 역량, 과목의 특성에 따라 사용 학년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중에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적인 훈련을 시키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학에서는 관련 문제를 적시하고,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함을 알리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생성 AI와의 협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활용 효과와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는 점을 교수자들이 명심하길 바란다.
수업진행과 관련하여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개인 맞춤형 학습 지원,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 지원, 생성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습 활동, 생성 AI 비판적 활용, 생성 AI 활용 수업 활동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학습 지원과 관련한 ChatGPT의 가장 큰 강점은 학생 개인 맞춤형 학습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많은 한계가 있지만 교수자나 학생이 요청하면 개인화된 맞춤형 학습 자료를 일부 생성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학생의 특정 요구와 학습 스타일에 맞게 결과를 조정할 수 있다.
글 쓰는 역량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고, 글 쓰는 것도 두려워하는 학생이 많은 경우 교사 혼자서 이 많은 학생들을 개별 지도하기가 어렵다. 하나의 방안은 생성 AI와 협력하여 학생들 글쓰기 지도를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ChatGPT와 협력적 글쓰기 방식을 소개하고 활용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의 글쓰기 역량과 태도 등이 강화되면 그다음에는 기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도움을 받는 것은 메마른 펌프에서 물이 나오도록 돕기 위한 마중물에 해당함을 학생들이 깨닫게 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 중에 기계 도움 없이 글을 쓰게 하여 학생들이 그러한 역량을 기르고 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반 과정에서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수업 중에 생성 AI를 활용하면서 생성 AI가 제공한 답에 대한 비판 역량, 오류 찾는 역량을 길러주는 활동을 통해 고급역량을 길러줄 수도 있다. 생성 AI를 활용한 수업 활동 예로는 모의실험 학습, 1대1 토론, 조별 활동(브레인스토밍)에서의 사고의 폭 넓히기, AI와의 협업 역량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다. 학생평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평가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교육활동 중에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평가인데,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가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의 하나가 바로 평가이다. 기계가 너무나 쉽게 평가문항을 만드는 것을 보더니 명퇴했던 중등교사가 다시 복직하고 싶다고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평가 활동 관련해서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각종 평가문항 만들기, 채점 기준표(rubrics) 만들기, 텍스트형 과제 채점 및 코멘트, 보고서 피드백, 생활기록부 작성 등 다양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한다.

라. 학급경영

학급경영은 교수자가 하는 수업경영, 생활지도, 학부모 관계, 교실환경 구성 등등의 제반 교육 활동을 일컫는 용어이다. 수업 역량만 뛰어나면 수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수자가 많다.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토대는 수업 경영을 포함한 학급경영 역량이다. 학급경영에 필요한 제반 아이디어 구하기, 자료 제작 등에서 생성 AI를 활용할 경우 교사의 업무 효율성과 효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4. 나오며

생성 AI 시대라고 해서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자들은 가르침과 배움은 무엇인지, 배움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교수자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역량을 강화해가야 한다. 생성 AI 시대에도 교수자가 갖춘 지식과 역량은 아주 중요하다. 생성 AI를 잘 활용하려면 이용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잘 알지 못하면 생성 AI가 제공한 답변의 오류 식별이 어려워 활용도가 떨어진다. 또한 생성 AI 활용으로 인한 ‘학습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교수자 및 학생들의 지식과 역량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생성 AI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수자와 학생의 생성 AI 활용을 막을 수 없다면 국가 차원에서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교육기관 차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생성 AI 시대 교육의 미래는 활용에 따른 위험성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