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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마트팜 기술이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김준수 | 주식회사 어밸브 수석연구원

21세기에 들어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과학 기술 하나를 손꼽아야 한다면 단언컨대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일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데이터를 통하여 인간이 분석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추론, 학습 및 행동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엔지니어링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 언어학 그리고 철학과 심리학을 포함한 광범위한 학문에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주어진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여 해당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는 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부터 발전하여 현재는 알고리즘 계층을 통해 자체적으로 학습을 하고 지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까지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과학 기술은 농업이라는 분야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농업혁신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인공지능을 활용한 농업혁신의 필요성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의 다방면에 적용되어 혁신을 이끌고 있는 반면 1차 산업인 농업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혁신이 더디다. 예로부터 인간의 노동력이 주를 이루었던 농업은 종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씨앗을 심고, 작물을 재배하고 최종적으로 선별 및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을 농업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노하우에 근거하여 행해왔다. 공산품과는 달리 각각의 살아있는 생물체인 작물을 기르는 과정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데이터가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농업의 완전한 자동화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이 농업에 접목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농업에 필요한 인력을 절감하여 기술을 통한 농업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IoT 기술이 농가에 보급되어 온도 조절, 광량 조절, 관수 개폐 등을 핸드폰 터치 스크린만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센서들은 미세한 환경변화도 측정하여 사전에 작물 로스(loss)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농업혁신이 농장의 부분 자동화에 그쳐있고 상당한 부분은 사람의 노동력 없이는 이행되기 어렵다. 이는 작물을 ‘관찰’하고 그 상태를 ‘파악’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여전히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게 되어야 비로소 농장 자동화의 길이 열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농업혁신의 가장 큰 관문이 인공지능인 것이다.

국내 스마트팜 현황

우리가 소위 말하는 스마트팜이란 기존 농장에 IoT, ICT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하여 원격·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기술 복합체를 의미한다. 기술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스마트팜도 하나의 정형화된 기술이 아니며 세대에 따라 기술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1세대 스마트팜은 IoT 기술의 등장과 함께 ‘원격 수동제어’를 현실화하였지만, 여전히 농부들의 직접적인 관찰과 판단을 요한다. 현재 실현되고 있는 2세대 스마트팜은 복합환경제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재배 과정의 ‘자동 제어’를 가능케 했다. 인공지능 및 작업 로봇이 탑재되어 농장의 완전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3세대 스마트팜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스마트팜의 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눈을 대신하여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고, 로봇이 사람의 팔을 대신하여 인공지능의 판단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팜이 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이행해줄 수 있는 하드웨어 시스템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스마트’한 농장이 현실화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침체하고 있는 농산업에 대한 완전한 기술적인 해결책을 고안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스마트팜의 현 위치는 어떠할까. 현재로서는 1세대 스마트팜 시설에 머물러있지 만, 2세대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이 농사짓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1세대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에서는 모든 농사 환경을 농가에서 수동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2세대 스마트팜이 도입되면 의사결정을 모두 인공지능이 내려주기 때문에 농장주의 편리성이 극대화된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이 정착된다면 해외 각국에 한국형 스마트팜의 글로벌 수출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스마트팜 현황

유리온실, 수직농장(실내형 식물공장)에 한정된 국내 스마트팜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로 시스템 농업이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살리나스 밸리에서는 노지에 무인드론을 활용하여 농약을 자동으로 살포하고 벨기에 유리온실에서는 로봇을 사용하여 농장 관리에 필요한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에 비해 해외에서 더 다양한 기술들이 상용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에서는 넓은 농업 부지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넓은 부지로부터 발생하는 수확량의 차이가 투자자본 규모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스마트팜과 관련하여 더 큰 규모에서 더 다양한 R&D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농업 선진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대규모 농업혁신 사업은 정부 주도 개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좁은 농업 부지만으로는 대기업이 자본을 투입할 조건이 안되며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동력이 확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적인 제약은 앞으로 우리나라만의 우수한 기술력과 적극적인 민관ㆍ산학 협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세대 스마트팜 실현을 위한 과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따라 국내외 농업벤처들의 2세대 스마트팜을 위한 경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세대 스마트팜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의 표준화다. 인공지능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표준화·정형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농업의 특성상 작물별, 시설별, 환경별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종류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아직은 표준화 된 데이터풀(data pool)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 지자체에서 표준화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여러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작물 데이터풀을 수집하여 완성도 높은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빛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어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3세대 스마트팜이 실현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스마트팜 기업들간의 협력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로보틱스, 정보통신 기업 및 국가 연구 기관과의 스마트팜 컨소시움(consortium)을 형성하는 것을 우선순위로두어야 할 때이다. 나아가 농업 선진국들에 뒤처지지 않고 자국 내 농업혁신을 이루기 위해 국가와 국민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