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성 |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FOCUS
「2022 개정 수학과교육과정」에서
나타난 실용 통계교육의 방향
한국에서 수학교육학이 태동하던 1990년대에만 해도 대수나 기하, 함수 교육에 비해 통계교육은 한국의 수학교육 연구자들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우리나라의 통계 교육은 실세계의 이해와 예측을 위한 자료 분석 도구로서 활용되는 실용 통계를 가르치기보다는, 인위적인 예를 통한 단순 자료 정리 기법과 통계치의 계산, 그리고 확률분포 이론과 같은 수학을 가르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통계교육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급속하게 생산되어 여러 형태로 변화되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다양한 패턴과 경향을 읽어내고 가치를 발견하는 빅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AI와 빅데이터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계의 중요성이 증대되었다. 통계교육의 변화에 대한 바램은 더 이상 수학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2022 개정 수학과교육과정에서는 그동안 학교수학에서의 통계교육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바램을 담고자 하였다. 2022 개정 수학과교육과정에서 통계교육의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융합 선택 과목으로 <실용 통계> 신설
그동안 고등학교 통계교육은 <확률과 통계> 과목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교과서에 제시된 통계 관련 개념들을 소개하고 제시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통계를 수학의 하위 영역으로 인식하여 학교 수학에서 다루어오던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활동과 탐구보다는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교과서가 구현되어 있어 정규 수업 시간을 통해 실용 통계를 경험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실용 통계> 과목의 성격을 ‘통계적 문제해결 과정을 이해하고, 통계적 탐구 활동을 통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과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용 통계>에서 학습한 내용은 정보화 사회에서 생산되는 자료가 인류를 이해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주요한 자산이 됨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며, <실용 통계>를 학습한 학생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문제를 통계적으로 해결하거나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변이성을 이해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통계적 문제해결 과정에 요구되는 기능을 형성하며 자연 및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도구로서 통계의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실생활에 유용한 통계를 학습하고 여러 교과를 융합하여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고자 하는 학생들은 <실용 통계>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실용 통계>에서 학습한 통계의 지식과 기능, 통계적 문제해결 경험은 자연과학, 공학, 의학뿐만 아니라 경제⋅경영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및 체육 분야를 학습하는 데 토대가 되며, 나아가 자료 수집, 분석, 해석 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용 통계>에서는 범교과 학습 주제(안전⋅건강, 인성, 진로, 민주 시민, 인권, 다문화, 통일, 독도, 경제⋅금융, 환경⋅지속가능발전 등)를 현상이나 소재로 선택하여 활용함으로써 통계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통계적 문제해결 교육 강조
먼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내실있는 통계적 문제해결 교육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중학교 통계교육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맥락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통계적 탐구 문제를 설정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워 자료를 수집하게 한다. 수집한 자료를 자료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표, 그래프, 수치 등으로 나타내어 분석하고, 그 결과를 탐구 문제와 연결하여 해석하게 한다. 수집한 자료나 분석 결과가 적절한지 판단하여 계획을 수정하고,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등 통계적 문제해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통계적 탐구 문제 설정부터 자료 수집과 정리, 탐구 문제와 연계한 결과의 해석뿐만 아니라 계획의 수정까지, 학생들이 통계적 문제해결을 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 참여를 통해 내실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역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막대그래프, 꺾은선그래프, 띠그래프와 원그래프 중 적절한 그래프로 나타내고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고 제시하면서 통계적 문제해결 전 단계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공학도구의 적극적인 활용 장려
교육과정에서는 ‘막대그래프와 꺾은선그래프, 띠그래프와 원그래프를 그릴 때 공학 도구를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표나 그래프로 나타내거나 대푯값과 산포도를 구할 때 공학 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공학 도구의 편리함과 유용성을 인식하게 한다.’고 제시하면서 자료수집에서 정리까지 공학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공학 도구는 복잡한 계산과 절차적 처리가 문제해결과 학습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 때 이를 신속하게 대행함으로써 사고력 중심의 교수・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통계교육의 경우, 실생활 중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탐구하는 실용 통계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학 도구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실용 통계 교육에서는 주어진 자료를 계산하여 평균을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것보다 자료의 분포를 바탕으로 어떤 대푯값이 모집단을 분명하게 대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더 중요한 활동이다. 자료를 수집하거나 정리하는 활동, 그래프를 그리는 활동 등의 기계적이고 절차적인 활동을 공학도구가 대행해줌으로써 통계교육의 본질에 해당하는 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넷째, 합리적 의사결정,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로써 통계의 중요성 강조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등 범교과 학습 주제를 소재로 다루고,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진로연계교육을 실시할 때는 학생의 흥미, 관심, 진로에 맞는 탐구 문제를 설정하여 통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제시하여 통계적 탐구 주제를 타교과의 학습 주제와 연결하거나 환경, 자연현상, 사회문제 등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합리적 의사결정 도구로써 통계의 유용성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을 파악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로써 통계의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교육과정의 변화로 내실있는 통계적 문제해결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공학적 도구의 활용이 확대됨으로써 통계적 사고 및 소양을 강화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