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 통계청 통계기준과 주무관

FOCUS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합리적 기준
「한국범죄분류」

통계정보제공을 위한 합리적 표준 ··· 분류체계

현대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산업 분야의 표준화(Standardization)라고 볼 수 있다. 표준화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를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상태로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되는데 이를 위한 합리적 기준이 바로 표준(standards)1) 을 의미한다. 표준은 사전적으로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으로 정의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회 안팎의 교류 범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되면서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정확성, 합리성 및 국제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공인된 과학적‧기술적 공공 기준’2) 으로 정의가 확대되었다. 표준 정의의 확대는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통계의 표준화를 촉진하게 되었고, 국가 중앙통계기관인 통계청은 통계법 제22조3)에 따라 신뢰도 높은 국가통계 생산과 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 유용한 통계정보 제공을 위한 합리적 표준으로 분야별 분류체계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한국표준직업분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 등의 표준분류(7종)를 포함한 총 35종의 분류는 경제‧사회‧보건 분야에서 자료수집, 분석 및 활용의 기준으로 통계자료의 정확성, 합리성 및 국제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으며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소개할 한국 범죄분류는 2015년 UN에서 채택한 국제범죄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Crime for Statistical Purposes, 이하ICCS)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분류로 국가안전, 범죄예방 데이터의 효율적 수집, 자료처리 및 통계자료의 국내외 활용을 위한 공식 범죄통계 분류체계이다.

범죄분석과 예방을 위한 국제범죄분류 등장

한국 범죄분류의 기반이 되는 ICCS는 유엔 마약 범죄사무소(UNODC,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 및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한 범죄분류체계를 의미한다. UNODC가 ICCS를 개발한 목적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통하여 범죄 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국가 간 범죄통계의 수집을 유용하게 함으로써 국제적 차원에서 범죄 현상을 정확히 진단‧해결을 위한 정책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UNODC와 UNECE(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는 2009년부터 ICCS 개발을 위해 법률 중심의 범죄분류에서 행위 중심을 기초로 한 범죄분류체계로의 개편을 추진하였고, 수년간의 연구 끝에 2012년 ICCS 초안을 발표하였다. 이후 초안에 대한 검토 작업 끝에 2015년 3월 제46차 유엔통계위원회(United Nations Statistical Commission)에서 ICCS를 범죄통계 작성을 위한 표준분류로 채택되었다.







1) ISO/IEC Guidebook 2th(2004)
2) 국가표준기본법 제3조 제1항(법률 제15643호)
3) 통계법 제22조 제1항(법률 제17339호),(통계청장은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사인(死因)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고시하여야 한다.


※ 대분류(2자리), 중분류(4자리), 소분류(5자리), 세분류(6자리)로 코드가 구분되며, 한국범죄분류에서는 기수범죄 외에 범죄유형을 포괄하기 위해 세세분류(8자리)를 신설 적용함
※ 국제범죄분류(ICCS) 원문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누리집(www.unodc.org)에서 제공함

이러한 국제범죄분류는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 정책개발을 위해 쉽게 이해되고, 활용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국제범죄분류는 정책적 연관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11개 대분류로 구성하였다. 대분류별로 범죄 관련 ‘정책분야’, ‘대상’, ‘심각성’, ‘범행방식’을 기준으로 62개 중분류, 165개 소분류, 230개 세분류로 범죄를 분류하여 모든 범죄 행위나 사건을 포괄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범죄 속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 정보를 대상별로 세분화함으로써 범죄 특성에 대해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범죄통계의 일관성과 비교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형 범죄분류체계의 개발

국제범죄분류 채택 및 이행 공고에 따라 통계청은 국내 범죄통계의 일관성과 국제 비교성을 높이고, 국내 및 국제적 차원의 분류 해석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총 3단계(1단계 개발연구, 2단계 일반분류제정, 3단계 표준분류화)의 한국 범죄분류 개발 계획을 수립하였다. 2017년 「국제범죄분류의 도입 타당성 연구」를 시작으로 ‘대분류별 분류 체계 연구’ (2018-19)를 통해 국제범죄분류와 국내 범죄명의 연계원칙을 마련하였고, 2020년부터 군형법을 제외한 국내 범죄명 1만 5천여 개를 분류체계에 연계하는 작업과 적정성 검증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ICCS는 행위 중심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찰과 검찰이 사용하고 있는 범죄분류체계는 법률조항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ICCS를 따르는 대부분의 영미법계 국가들에서는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하는 과정에서 주된 행위를 중심으로 통계 작성표(원표)를 작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형사사법기관이 사용하는 범죄분류체계는 경찰이 작성하는 통계 작성표(원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4) 2022년 기준 대검찰청 죄명코드는 총 20,165개(신규죄명코드 108개 포함)이고 이중 군형법은 4,214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경찰이 사건 수사를 종결하면서 사건 발생‧가해자 검거 통계 작성표(원표)를 작성할 때 범죄 행위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조항과 죄명을 기재하는 통계분류체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국내 범죄명을 ICCS에 연계하는 데 장애요소였기 때문에 개발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위의 표와 같은 연계원칙을 마련하여 한국범죄분류체계(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2022년 연구결과로 제시된 한국범죄분류체계(안)에서 군형법을 제외한 총 15,951개의 죄명 코드4)를 활용하여 총 15,321개의 국내 범죄명 코드와 ICCS 연계작업을 완료하였다. 특히, 연계율 제고와 국내 범죄통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국내 범죄명에 규정된 ‘미수’, ‘방조’ 등의 범죄 정도를 구분한 세세 분류(8자리) 도입하여 한국 범죄분류에 독자성과 통계적 포괄성을 확보하였다.

국가대응 모니터링, 치안 정책 평가 등 다양한 분야 활동 기대

앞의 결과를 살펴보면, 개발 중인 한국 범죄분류를 활용하면 국제범죄분류와 국내 죄명 간의 연계율은 약 96.0%에 달한다. 이는 대륙법계의 법률체계를 따르면서도 법률조항 중심인 한국법률체계와 행위 위주로 범죄를 구분한 국제범죄분류의 성격상 차이를 감안한다면 상당한 수준이며 국제 비교가 가능한 범죄통계의 구축과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준다.

따라서 통계청은 2023년 일반분류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여 한국 범죄분류체계(안) 타당성과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전문가 자문과 통계작성기관과의 논의를 거친 후 2024년에 일반분류를 지정하여 분류체계 활용을 권고할 예정이다. 국제 비교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 범죄분류체계의 개발과 활용은 국내 범죄통계 분석 도구의 통일, 국제 비교의 효율성 확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범죄 수준의 변화 측정, 범죄에 대한 국가 대응 모니터링, 치안 정책 평가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엔 글로벌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 16번 목표(SDG16)5) 이행 모니터링 용지표 작성에 기반이 되는 유엔 범죄 동향 조사(UN-CTS) 자료 항목을 확대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통계청은 2024년부터는 한국 범죄분류 지침서 개발과 분류체계 개정관리를 위한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하여 향후 보다 안정적인 한국 범죄분류 운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제범죄분류 도입의 단계적 도입과정, 활용 방안 등을 메뉴얼화하고, 통계청과 UNODC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범죄통계 발전을 위해 설립‧운영 중인 「아‧태 범죄통계 협력센터」와 함께 한국의 국제범죄분류 도입과정, 활용사례를 홍보‧보급하여 통계 선진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일 예정이다.


5)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에게 정의 보장과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으며 포용적인 제도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