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행동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려동물과 인간이 소통하는 세상

조선미, 강지연, 이한울, 최윤철 | 명지대학교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

‘펫페오톡’ 이라는 기업의 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펫페오톡(petpeotalk)은 pet(반려동물)+people(사람)+talk(소통)이라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저희 펫페오톡 팀은 밖에 있을 때도 집에 있는 반려동물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는데요. 출근이나 외출을 했을 때 혼자 있어야 하는 반려동물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문제는 반려동물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으로요. 말이라는 음성언어로 주로 소통하는 인간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들은 끊임없이 행동 언어로 상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인공지능 기술(컴퓨터 비전)을 활용하여 이들의 행동 언어를 인식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요

저희는 ‘도기보기’라는 펫 CCTV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행동 인식 기술이 적용된 AI 펫 CCTV인데요, 외출 시 반려동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하는 반려인에게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원격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의 행동이 있을 때 이를 감지하여 녹화해주고,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언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오늘의 활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으며, 행동 데이터의 변화 추이 또한 ‘도기리포트’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도기보

반려동물들의 행동 언어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요

Vision AI를 기반으로 하여 반려동물의 포즈 인식(Pose Estimation)과 행동 인식(Action Recognition) 기술이 그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소리, 시간의 정보가 더해집니다. 즉 위치, 시간, 소리, 포즈의 특징이 데이터화되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행동 패턴, 짖는 형태, 시간 등에 따라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기법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도기보기에서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반려동물의행동이 있을 때 이를 포착하여 영상으로 녹화를 합니다. 마치 차량용 블랙박스처럼요. 그리고 해당 영상에서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분석하여 반려동물의 행동 언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통해 반려동물들의 행동 언어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요

불안하거나 질병이 있다면, 이런 신호는 어느 날 한순간 나타나지 않으며 데이터상의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문제가 있다면 계속해서 활동량이 줄어들거나, 짖음량이 많아지거나, 그 반대로 적어지거나 하는 추이를 보여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균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활동량이나 짖음, 특정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반려동물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저희 도기보기를 사용하면 이런 데이터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보여주다 보니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음성으로 통화도 할 수 있나요

음성으로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능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인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주인의 냄새도 나지 않으며 모습 또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것이 반려동물들의 정서에 좋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는 저희가 추구하는 소통과 교감과는 거리가 있기에 주인을 찾거나 외로워할 때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던가 자연의 소리를 재생해주는 ‘도기사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도둑이 들면 체크가 가능하겠네요

가능은 합니다만 저희 서비스 내에서 추가 설정을 하셔야 합니다. 저희 인공지능은 사람과 동물을 분리하여 인식되도록 학습되어져 있어요. 저희는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있으면 기능이 꺼지도록 하였습니다. 사람이 집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녹화를 멈추게 됩니다.

도기보기

이런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어린 시절 저희 집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많이 키웠어요. 6년 전부터는 ‘앵환이’라는 앵무새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저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앵환이 혼자 하루 10시간~12시간 혼자 있어야 했죠. 저희 어머니가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인 저에게 ‘혼자 있는 앵환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한번 개발해 봐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의 지나가는 소리였을 테지만, 그때부터 주인이 외출했을 때도 반려동물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다면 서로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현재의 ‘도기보기’에서의 컨셉을 처음 고안하였고, 행동이 잡혔을 때 이를 주인에게 알려주는 CCTV의 프로토타입을 처음 개발하였죠. 이를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까지 하게 되었는데, 이를 본 반려인들의 반응이 너무나 좋아서 이를 실현하면 좋아할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에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 해외 인턴십 과정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개발자 친구에게 동업 제안을 하였고, 흔쾌히 승낙하여 현재까지도 함께 동업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IoT 시스템 개발 경험을 한 것이 창업 이후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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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는

처음에는 CCTV를 직접 만들어서 하려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하드웨어 지식도 전혀 없고 양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공동 창업자와 함께 고민하다가 쓰지 않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스마트폰은 하나의 프로세싱 파워를 갖춘 컴퓨터입니다. 그걸 재사용함으로써 그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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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페오톡에서 다루는 중요 데이터는 무엇이 있나요? 다루는 데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의 중요 데이터는 영상데이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강아지의 행동이 녹화된 영상 데이터면 모두 저희가 다루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인공지능 기술이 그렇지만,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하고, 양질의 데이터가 학습되어야 더욱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행동이 녹화되어야 하고, 다양한 견종과 다양한 각도와 환경, 상황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더욱 정확도 높은 행동인식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강아지의 행동이 녹화된 영상 데이터가 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귀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강아지들이 걸어다니거나 앉아 있는 영상들은 굉장히 많지만, 이런 행동들은 인공지능이 학습하기에 그리 가치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당 데이터로 무엇을 연구하고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시키나요? 이를 통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이러한 양질의 영상 데이터로 Vision AI 기반의 반려동물 행동 인식 기술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펫 CCTV 서비스인 ‘도기보기’에 적용되어, 반려동물의 행동을 인식하는 AI 펫 CCTV로서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일반 펫CCTV나 홈캠과 달리 저희 도기보기는 반려동물의 행동을 감지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에, 반려동물의 행동이 있을 때 이를 녹화하여 남길 수 있습니다. CCTV를 설치해두고 외출한 반려인들은 그들의 반려동물을 계속 보고 싶지만 외출했을 때 항상 CCTV 영상만을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저희의 기술로 보호자가 지켜보지 못한 모습까지 모두 저장해두니 보호자가 외출 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녹화된 영상들을 분석하여 행동 리포트를 보여주게 되는데요, 이는 반려동물 헬스케어의 영역에서 활용됩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 증세나 질병을 제 때 표현하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잘 살피고, 평소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동물 병원에 내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인공지능 기술은 행동을 인식하고, 인식한 행동의 수치값을 일/주/월간 리포트로 보여주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그들의 반려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시그널을 모니터링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활동량 수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거나, 밥그릇 공간에 방문하는 빈도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면 무언가 몸에 이상이 있거나, 불만이 있거나, 아니면 새로 바꾼 사료가 맘에 들지 않거나 하는 이유가 있겠죠. 그런 방식으로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케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에 도기보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관절계 질환이나 분리불안 등의 증세를 관리하고 예방하는 유저들이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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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행동 데이터 속에서 펫페오톡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말씀하신 대로 많은 양의 raw data 중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려서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저희는 우선 임계값을 설정하여 해당 임계값 이상의 데이터를 위주로 학습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아닌 사물이나 공간은 지우는 등 학습에서 배제시키는 윤리적, 기술적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또한 의미 있는 행동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성은 부산경상대학교 반려동물과와의 산학협력을 통해서 반려동물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있는 인원들을 통해 데이터 라벨링 및 매니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 기업의 인공지능기술, 행동데이터 다루는 서비스와 다르게 펫페오톡만의 특성이 따로 있나요?

사실 사람의 행동 영상을 기반으로 Action Recognition, Pose Estimation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상행동 감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사례는 굉장히 다양하고 상용화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 분야의 경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더딘 편인데요, 일단은 시장 자체가 신흥시장인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선행 기술 사례들이 많지 않기에 레퍼런스를 참고하기 보다는 직접 해나가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 저희의 차별점이자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행동언어 데이터를 다루는데 꼭 갖춰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당연하게도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좀 더 궁극적으로는 인문학적인 사고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한 역량으로 여겨집니다. 반려동물의 행동을 더욱 잘 알아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면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요? 인공지능은 기술 실현을 위한 도구이고 반려동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그 도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기술 개발 참여 인력 중 석박사 인력도 있지만 학사 출신이 대다수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길고 지루하게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결과를 보고 학습을 시도해야 하는데, 본인의 의지와 해당 도메인에 대한 관심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예비 창업자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무엇보다 ‘왜 이걸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흔들리는 시기가 많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시작을 해야 계속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창업의 최대 매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성공했을 때의 부와 명예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돈을 벌 생각만 하고 시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돈만 생각하면 결국 기회비용을 따지게 되고, 그럼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죠. 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우는 것이 나을까, 늦기 전에 안정된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끝으로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은 갈수록 고도화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이제는 이런 메커니즘 없이는 삶이 불편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유튜브는 나보다 더 잘 알죠.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반려동물 분야는 굉장히 아날로그 세상입니다. 평소 주던 기호에 맞는 사료나 간식을 똑같이 주고, 매일 똑같은 산책코스를 다니며, 아프면 만나던 수의사 선생님, 다음에 아파도 똑같이 만나게 될 겁니다. 마치 인간으로 치면 매일 같은 루틴대로 살아가던 조선시대 농민들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100년 전 우리네 백성들이 지금과 같아졌듯 앞으로 반려동물의 삶도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일 테고, 이는 저희 펫페오톡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입니다. 현재는 미약하지만 머지않아 반려동물 산업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주도하고 있을 저희를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