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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교통, 마이데이터는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유재경 | 컴패노이드 랩스 수석 파트너

마이데이터란

문자 그대로 나의(My) 데이터(Data)를 의미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를 생산한 정보 주체가 '자신의 데이터(My data)'를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시행은 정보화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오며 데이터 경제(Data Economy)가 급부상한 것과 관련이 깊다.

도시의 전산망

모든 사람들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수십 가지의 디지털 기기(Digital Device)와 디지털 서비스(Digital Service)를 사용한다. 모바일 기기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발생하는 데이터에서부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 IoT 기기의 센서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까지, 수천만가지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다. 지금까지 고객(사용자와 소비자를 통칭) 데이터는 정보 보호 혹은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측면에서만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고객 데이터의 활용은 데이터 경제의 핵심 요소로, 데이터의 활용 주체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어왔다.1) 이에 따라 EU에서 GDPR(The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제정하며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고, 이는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마이데이터 사업의 도화선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 주권(主權, DataSovereignty)을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돌려줌으로써 시장에서의 활발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자, 정부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더 나은 시장과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의료와 교통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을까?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결(先決) 과제는 무엇일까?

| 의료분야 마이데이터를 통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예방

마이 헬스웨이 사업 도식화

마이 헬스웨이 사업 도식화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의료 분야는 금융 분야에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영역 중 하나이다. 20년도에 금융 분야와 함께 8대 주요 마이데이터 활용 분야에 선정되어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후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66개 기관이 실제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2) 202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이 헬스웨이(My Healthway)’ 구축 사업과 ‘나의 건강기록(PHR)’ 서비스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마이 헬스웨이는 흩어진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다양한 서비스에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게이트웨이의 역할을 해주는 플랫폼이다. 개인은 정보 활용 동의를 통해 의료기관 진료정보(진료 기록, 약물 처방, 검사 결과, 상담 기록 등)와 개인 건강정보(맥박, 혈당, 생활 습관, 운동량 등), 공공기관 정보(건강보험, 예방접종, 날씨 등)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3)

이외에도 의료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PHR(Personal Health Record) 상용화 플랫폼 ‘라이프 레코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라이프 시맨틱스와,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전문기업 메디블록, ‘페이퍼리스’ 서비스를 통해 병원과 약국, 카드사, PG사간 시스템 연동으로 진료 예약과 결제를 제공하는 레몬 헬스케어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래 표를 통해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표1] 의료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요약 (출처=데이터산업진흥원)

의료 마이데이터 실중서비스 요약표
                  서비스 명 서비스 설명 주관기관
                  헬스톡포미 병원의 건강검진 문진등의 건강 정보를 통합 관리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및 식단 추천 서비스 제공 연세대 산업혁력단
                  퍼스터 응급 진료기록 및 일상생활 속 건강기록 보관하여 진료와 처방에 활용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개인건강지갑 서비스 브이티더블유
                  마이헬스데이터 스마트 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의료데이터 조회 의료데이터의 항목별 설명과 건강 등급 제공 서울대병원
                  메디패스 원내 의료 정보 확인 및 서류없이 간편 보험청구 가능 병원 진료 현황 파악을 통한 예약, 대기 서비스 제공 복약 지도를 위한 알림 서비스 제공 서울대병원
                  라이프월릿 건강검진, 처방전, 유전자 검사, 장내미생물 검사, 구글 fit 정보, 혈당, 혈압 기록 등을 통합 관리 보장 보험, 장내 미생물 균형, 코디네이터 추천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 엔디에스
                  하이엠디 검진결과, 유전체 검사 등 의료 데이터 조회 맞춤형 도시락 추천, 암 유전자 검사, 생활습관 및 정신 건강관리를 포함한 홈 케어 서비스 제공 평화이즈
                  아바타 빈즈 만성콩팥병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단, 운동 코칭 신약 개발 임상 시험 매칭 등 서비스 제공 서울대 산학협력단
                  아이케어미 개인건강기록, 유전체 정보, 임상기록 등 데이터 활용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예방 및 관리 아이크로진
                  메디팡팡 개인데이터 저장소(PDS)를 제공 서로 다른 병원에 존재하는 환자의 과거진료이력을 공유할 수 있는 진료기록 공유 서비스 에비드넷

새로운 건강관리 방법의 등장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의료데이터를 수집하여 유용한 기능 혹은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수집하는 의료데이터는 병원에 저장된 상담·진료·치료 기록부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하는 생체기록 데이터 및 활동 데이터, 유전자 검사를 통한 유전체 정보 등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금융과 같은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패턴을 수집하여 디지털 표현형 (Digital Phenotype)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려는 시도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은 결국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사용자의 맥락(context)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심리스(seamless)한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단순 진료기록을 통해서는 사용자의 과거 질병의 치료 기록만 정보화할 수 있지만, 생체 데이터 혹은 행동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해석하여 사용자의 이상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치료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유전체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면, 예측 모델을 적용하여 특정 질병의 발병 시점을 근접하게 예측하거나 발병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의 방해 요인
현 시점에서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저해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의 낮은 신뢰감 및 거부감으로 인한 데이터 활용의 제약이다. 보건의료데이터의 특성상, 개인이 느끼는 정보의 민감도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보건의료데이터 거래 시스템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보건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비하다. 4차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의료데이터의 안정성 및 투명성에 대한 낮은 사회적 신뢰도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높은 심리적 거부감이 의료 분야 데이터 활용의 걸림돌로 제기된바 있다.4)

건강진단 일러스트

두 번째는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데이터 활용으로,표준화된 보건의료데이터 구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건의료데이터는 각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시스템에 의해 수집되고 관리된다. 즉 1차, 2차 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저장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형태(저장 방식)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건강정보(Personal Health Record, PHR) 서비스의 필요성과 사업화 및 적용 방식이 논의되고 있으나,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EMR 데이터의 유출에 대한 우려와 PHR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뒤섞여 실질적으로 정착되기까지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다.5)

마지막은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건의료데이터는 생명과 직결된 정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고 병원을 계속 방문하여 의료비 급증을 유발하거나, 지역 의료기관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용이 쏠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함께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충분히 검토하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 교통분야 마이데이터를 통해 이동수단과 방법을 설계한다

교통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개인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적절하게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MaaS는 자차, 대중교통과 같은 보편적 교통수단뿐 아니라 공유차(Sharing car), 공유 자전거, 자율주행차 등 새롭게 등장한 모든 것을 교통수단으로 포함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개인의 요구를 충족 시켜주는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으며6), MaaS 데이터는 이 과정에서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교통 분야의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는 아래의 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표2] 의료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요약 (출처=데이터산업진흥원)


              의료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요약
              스마트시티 패스 실증서비스 참여 시 1만 마일리지 보상 제공 교통 이용데이터를 부천시의 교통정책 수립에 활용 대중교통의 사각지대 해소 및 최적의 교통수단 재배치 방안 분석 목표 부천시
              마이데이터 기반 장애인 이동지원 실증 서비스 개인 데이터(개인정보, 생활정보, 활동정보, 디지털 패턴 분석)를 도시데이터, 공공데이터와 연결 마이데이터 기반의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대전시, KISTI
              마이티(My-T) 개인위치정보(GPS), 대중교통 운행정보, 교통카드 승하차 정보, 교통수단별 Wi-fi 정보를 수집 대중교통 혼잡도 기반 길찾기 코로나19 확진자 이동 경로 겹침 알람 서울시, 한국교통연구원
              안심대리 대리기사의 운행데이터, 근로데이터를 활용한 이력 및 실시간 위치 알림 개인 소득 통합관리 서비스 승객의 안전이용을 위한 안심 대리운전 서비스 인플랩

모빌리티 서비스는 ‘라스트마일(Last Mile)’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라스트마일 경험을 적절하게 설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면 현대 자동차에서는 이러한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를 고객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동으로 ‘도보’, ‘마이크로모빌리티 차량’, ‘공유 자전거’, ‘전동 스쿠터’등을 활용하여7), 고객의 라스트 마일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동 수단 별 노선과 운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면, 먼저 사람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그들의 '라스트 마일'을 최소화해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 혹은 버스를 이용했는데, 내려서 한참 걸어간 적이 있지 않은가? 혹은 내가 자주 타던 대중교통의 배차간격이 갑자기 길어지거나, 해당 버스 노선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지자체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적절한 대중교통의 운영을 위해 노선과 운행 시간, 운행 빈도 등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MaaS 데이터가 주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주행에 따른 안전운전 점수를 획득하여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받는 사례처럼 MaaS 데이터가 다른 분야에 적용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 혁신은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갑자기 다가온다

미래의 진료 모습

금융 분야에 대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약 4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분야조차 정책 수혜자들에게 인지 가능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해지면서, 사업의 안정화를 꽤나 먼 시점으로 내다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의 평가는 생각보다 회의적인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업을 전개하며 실패 사례들을 많이 목격하고 새로운 니즈와 인사이트를 마주함에 따라, 머지않아 마이데이터 사업의 주도권을 잡은 키플레이어(key player)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분명한 예측 이면에는 자신의 비즈니스가 바로 그 '키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될것이라는 열망이 서려있다. 모름지기 혁신은 꾸준한 변화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다.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시도 속에서, 분야를 넘어선 데이터의 융합으로 유의미한 정보 제공에 성공할 키플레이어의 탄생을 지켜보자.

참고문헌

  • 1) 윤수영. (2018).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소비자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찰: EU GDPR을 중심으로. 소비자학연구, 29(5), 93-115.
  • 2)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1.12.), “마이 헬스웨이 활용기관 수요조사 결과 발표”
  • 3)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1.02.), “마이 헬스웨이 구축 시작”
  • 4) 보건복지부(2021.6.), “보건의료 데이터 인공지능 혁신전략”
  • 5) 김홍진(2021.9.), “PHR 취지는 좋다, 그러나 ‘어떻게 득 될지’ 고민 먼저”
  • 6)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2019.9.), “서울형 통합교통서비스 도입방안”
  • 7) 현대자동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