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모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통계연구팀 책임연구원
안미소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통계연구팀 연구원
통계광장
메타버스 발전을 지원하는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 실태조사

메타버스의 부상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던 서비스들을 온라인에서도 경험하고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도 증가하였다. 현재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상상 속의 가상세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현실 및 공간에 기초를 두면서 실제 현실의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기능을 확장시키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와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가 얼굴인식, 증강현실(AR), 3D 기술을 활용해 자신과 닮은 ‘3D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한다. 현재 제페토는 2억 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보유 중으로 블랙핑크는 제페토를 통해 가상 팬사인회를 개최해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을 불러 모았다. 또한 제페토 캐릭터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댄스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포트나이트’ 내 콘서트장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했다. ‘포트나이트’는 현재 3억 5000만여 명이 가입한 플랫폼으로,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 역시 ‘포트 나이트’를 통해 공연을 개최, 2000만 달러(한화 약 227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은 시장의 초기 단계로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다양한 분야로 응용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제페토에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개설했고,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은 제페토에 메이크업 세트를 출시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 본사 배경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개장했다. 이 밖에도 입학식, 신입사원 연수, 대통령 선거운동, 가상 부동산 등 사회 및 경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콘텐츠를 생성, 판매할 수 있으며, 플랫폼 자체 화폐 및 결재 시스템을 통해 실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는 콘텐츠 및 서비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한다. 이용자가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아바타의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하여 등록하면 심사를 거쳐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 수익은 자체 재화인 ZEM을 통해 이루어지고, 추후 환금이 가능하다. 또한 내가 꾸민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활용하여 드라마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현재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의 80% 이상이 이용자가 직접 만든 것이며, 누적 창작자 수는 약 6만명이다.
그림1메타버스 플랫폼과 IP 사업자의 제휴 및 협력 사례

메타버스와 XR

구글 트랜드 검색으로 살펴보면 메타버스 검색량은 작년 말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메타버스 대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과 이를 통칭하는 XR이 가상 세계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였다. 메타버스와 XR이 그리고 있는 미래 가상 세계의 모습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일반 3D 게임 수준의 몰임감을 제공하고 있는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가 XR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메타버스와 XR의 관계에 대한 모호성은 통계의 생산과 활용을 위해서 해결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우선,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아바타 용어와 함께 처음 등장하였다. 소설에서는 실제 세계(Universe)에 부합되는 인터넷 기반의 3D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명명했다. 2007년 미국의 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과 시뮬레이션’,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 •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현실 세계를 확장한 것으로 위치 정보와 연계 활용하거나, 제조업 교육 및 훈련 의료 등 난이도 높은 작업이 요구되는 분야에 유용
- • 거울세계(Mirror World) : 현실 세계의 재현으로 구축한 가상 환경
- • 라이프로깅(Life-logging) :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일상적 경험과 정보를 기록 및 저장하여 구축된 세계
- • 가상세계(Virtual World) : 현실과 별개로 작동되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갖춘 가상 현실
현재 메타버스는 각 유형별로 분리되기보다는 상호작용하면서 융·복합되어 유형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그림2메타버스의 융·복합화

XR이 제시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따라서 XR을 메타버스의 부분집합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XR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1장에서 소개했던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별도 XR 디바이스 없이 PC, 스마트폰 등의 2D 디스플레이에 구현되어 있다. 사실 이들 서비스는 2000년대 초 등장했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싸이월드 등이 추구했던 가상세계의 방향과 유사하다. 3D 그래픽,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으로 실재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세계를 제공하는 것은 과거와 가장 큰 차이이다. 영화 레디플레이원, 매트릭스 등과 같은 궁극적인 메타버스 세상을 실현하기에는 2D 디스플레이로 구현된 현재 서비스들은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3D로 구현된 가상 세계를 현실처럼 이질감 없이 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XR이 진정한 메타버스 세상을 실현하는 선봉장이 될 것이다.
가상증강현실(VR·AR)산업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부터 가상증강현실(VR/AR)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20년부터 가상증강현실(VR·AR)산업 실태조사(이하 VR/AR산업실태조사)를 국가승인통계로 지정(승인번호제 127019호) 받아 실시하고 있다. 본 조사는 ‘VR/AR사업을 영위하여 매출이 발생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VR, AR 관련 매출, 수출, R&D, 인력 등 전반적인 VR, AR 산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VR/AR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일한 통계이다.
① 조사범위 및 분류체계
VR/AR 조사에서 정의하고 있는 가상증강현실 산업은 “가상증강현실 기술(VR, AR, 홀로그램)을 적용하여 제품(기기, 콘텐츠 등)의 제작 또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활동, 단 가상증강현실 제품과 서비스로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활용(이용)만 하는 산업 활동은 제외”이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VR/AR 조사는 XR의 주된 3개의 기술인 VR, AR, 홀로그램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VR/AR 산업의 분류체계는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 ‘콘텐츠 판매 및 서비스업’, ‘전용기기, 장치물 및 부분품 제조업’,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구성된 4개 대분류와, 하위 9개 중분류 및 22개 소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통계조사에 있어 분류체계는 산업의 구조 및 특성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 VR/AR 산업의 분류체계는 다음과 같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됐다.
첫째, XR은 문화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쳐 혁신을 유발하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범용기술은 역사적으로 영향력이 큰 소수의 파괴적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로 여러 산업에 공통으로 활용되어 혁신을 촉진하고 기술 진화가 빠른 기술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특성을 반영하여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 대분류를 문화 콘텐츠, 산업 범용 콘텐츠, 산업 특화 콘텐츠의 3개 중분류로 나눴다. 현재 XR과 메타버스가 게임, 공연, SNS 등 문화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향후 원격 회의·강의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산업 범용) 및 교육·의료·제조·유통 등 여러 산업(산업 특화)에서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둘째, 사용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채널을 통해 XR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현재 게임, VR 기기, 통신사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X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와 함께 소비자에게 VR 헤드셋을 판매 또는 무상 임대하고 있다. 한편, XR 콘텐츠는 시각을 비롯해 청각, 촉각 등 오감 정보를 사용하고 사용자의 동작과 연계되기도 한다. 그래서 VR 방, VR 테마파크 등과 같이 별도의 공간에 각종 장비와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고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디바이스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콘텐츠는 TV, PC, 스마트폰 등 범용 디바이스를 사용해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XR 콘텐츠는 HMD(Head Mount Display), 스마트 글래스 등 별도의 디바이스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디바이스는 가격이 비싸고, 사용 편의성(무게, 부피 등)은 낮으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등 기술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다수 존재하여, XR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VR/AR 산업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분류하고 있는데,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 하드웨어가 7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향후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지고 보급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등 다른 영역의 성장으로 2024년 하드웨어 비중이 68%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디바이스가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XR 산업에서 디바이스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XR 전용기기와 부분품을 별도의 대분류로 구성했다.
넷째, XR 콘텐츠가 SW 솔루션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디지털콘텐츠는 사전 제작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단방향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XR 콘텐츠는 사용자의 동작, 위치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변형 또는 재창출해 제공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VR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통해 실제와 유사한 시각·청각 등의 감각 효과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상세계 생성 기술, 직관적인 인터랙션 방법을 통하여 가상세계의 객체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인터랙션 기술 등이 요구된다. 또한 AR의 경우 가상 객체와 카메라 또는 시스루(see-through) 디바이스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입력되는 실제계의 타깃(target) 객체를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트래킹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XR 콘텐츠 개발용 SW 플랫폼인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SW 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편, XR 산업에서 SW의 중요성은 작년 VR/AR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모집단 중 다수가 SW 기업이며, 이들 기업은 다른 산업의 기업과 협업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표1가상증강현실산업 분류체계

② 조사방법 및 내용
VR/AR 산업 실태조사는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체를 모두 조사하는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VR/AR 산업의 특성상 기업들의 전업도가 낮고, 성장 초기 단계로 사업체 수가 적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선택한 조사 방법이다.
조사 내용은 크게 기업 일반, VR/AR 산업 분야, VR/AR 산업 매출 및 수출 현황, VR/AR 산업 인력 현황, VR/AR 산업 전망, VR/AR 산업 R&D 현황으로 구성되어 VR/AR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표 2 참고)
표2가상증강현실산업 실태조사의 주요 조사내용



맺음말
메타버스는 기존 인터넷 시대의 한계를 넘어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게임, 공연, SNS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과 사회 전반에 시공간을 초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메타버스는 VR, AR, 홀로그램 등을 아우르는 XR에 기술적 근간을 두고 발전할 것이다. 특히, 멀미, 무게감, 디바이스 가격 등 대중화의 걸림돌을 해결한 XR 헤드셋과 함께 손목밴드(페이스북), 스마트링 및 VR 장갑(애플) 등 다변화된 XR 기기의 등장은 다양한 메타버스의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이용자도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SW 툴(tool), 콘텐츠 제작 시 다양한 기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SW 솔루션 등은 사용자와 기업의 참여를 확대시킨다.
현재 국내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통계조사는 없다. 새롭게 부상한 분야로 아직 명확한 산업의 정의가 없고, 연관된 분야가 넓어서 범위를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메타버스 산업을 콘텐츠 분야로만 한정해서는 안 되고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다수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포함한 산업의 정의와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 실태조사는 메타버스 혁신의 근간인 XR 기술 전체를 다루고 있으며, 콘텐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을 포함하여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상증강현실산업 실태조사를 포함한 유관 통계조사를 연계하여 메타버스 관련 통계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참고문헌
- 이승환, 한상열(2021.4.), 메타버스 비긴즈: 5대 이슈와 전망, SPRi Issue Report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1.4.), 2020년 가상증강현실(VR/AR)산업 실태조사
- 이승환(2021.3.), 로그인(Log In) 메타버스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 SPRi Issue Repor
- 박지혜(2021.5.),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 차세대 콘텐츠 산업의 방향과 시사점, KIET 산업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