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광장김준래 | 통계의 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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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지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초유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불과 폭우, 태풍 등 숨돌릴 틈도 없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래가 없는 긴 장마를 경험했고, 미 서부 지역은 산불로 인해 남한 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한 상황이다. 아시아는 또 어떤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태풍들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의 원인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주범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지면서 기상과 관련된 각종 재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맞서 전 세계가 동참 의지를 밝힌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5년, 200여 개에 달하는 국가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고 약속한 것은 그 같은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자국 이익만을 생각한 일부 국가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은 별다른 결실을 얻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틈타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후변화의 미래는 어떻게 진행될까? 지금으로서는 비관도 낙관도 시기상조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과학적 통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과학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야만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분야: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990년 이후 약 2.37배 증가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990년 이후 26년 동안 약 2.37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86.1%에서 2016년 91.9%로 증가했다.

또한 2018년에 발간된 미국의 연례기후보고서를 살펴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대 대기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화석에너지의 연소 등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이산화탄소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북극의 지표면 온도도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균 온도보다 1.6℃가 상승했다. 또한 빙하 크기는 38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었으며, 이에 따라 해수면 높이도 6년 연속 최고치를 달성한 상황이다.

국내 평균 기온이 높아지는 것도 어찌 보면 이 같은 추세에 기인하고 있다. 일기예보 전문업체인 케이웨더(KWeather)는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으며, 유엔 기후변화협의체(IPCC)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아열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바 있다.

농업 분야: 배 재배는 줄고 아열대 과일은 매년 증가

기후변화로 이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는 농업이다. 4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의 기후는 어느새 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곡물 및 과일 등의 재배지역도 과거와는 판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달고 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배가 대표적인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9년까지의 배 재배면적은 1만 8277ha에서 9616ha로 47.4%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생산량도 47만 743톤에서 20만 732톤으로 무려 57.4%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산 배의 주산지인 전남에서조차 생산량이 12만 7188톤에서 5만 582톤으로 60.2% 줄어든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에 참다래와 무화과, 그리고 망고 및 백향과 등 아열대 과일의 경우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재배면적은 50% 증가했고, 재배 농가수도 45.9% 급증했는데, 그중 망고의 재배면적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배의 개화 반응이 약 2일 정도 빨라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봄철 서리 등 냉해 피해 위험이 증가하면서 재배 적합지가 변동하고 있는 점도 배의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로 판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역시 ‘신농업 기후변화 기획보고서’를 통해 현재 기온보다 1.5℃ 상승하게 되면 2040년대의 한반도 기후에서는 고품질 배의 재배 적지가 급감하게 되고, 고랭지 배추 역시 90% 이상의 재배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정책이 기후변화와 소비자 수요에 세밀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질병 분야: 코로나도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변화는 농업만큼이나 사람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폭염은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의 평균 일 최고기온은 28.0℃였고, 일 평균기온은 22.8℃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1973년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으로서, 폭염일수도 2.0일에 달했다. 6월의 폭염일수가 2.0일인 것은 그동안의 6월 평균 폭염일수보다 1.4일이나 늘어난 것이다.

폭염은 열사병뿐 아니라 탈수 관련 합병증 등 광범위한 질병을 초래한다. 또 폭염은 만성 폐질환과 함께 심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기존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심지어는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국에서 폭염과 관련한 발병자는 4526명이었고, 사망자도 48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한 간접적인 건강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였을 때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직접적 요인인 폭염이 질병의 원인 중 하나라면 어린이는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질병의 직접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면역력이나 체력이 성인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만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88%는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발생하고,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2015년에 기후변화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이유로 여름철 이상고온이 1세 미만 어린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고, 적절한 영양 공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영양 공급의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가 곡물의 단백질 함량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나 5세 미만 아동 사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말라리아, 그리고 현재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등이 모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과 기후변화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염병과 기후변화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온도가 상승하면서 질병이 퍼지는 데 적합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만 해도 과거에는 깊은 밀림 속의 박쥐에서나 발견되었지만, 개발로 인해 밀림이 사라지고 온도는 따뜻해지면서 인간의 영역에까지 침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여름철 열대야와 겨울철 한파로 에너지 소비 증가

에너지 부문에서는 폭염 및 열대야로 7월~8월 건물 부문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여 아파트 정전 횟수가 증가했으며 1월~2월 사이에는 겨울철 한파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소비의 경우 지구온난화에 따라 여름철 냉방 전력 소비는 증가하고 있고, 겨울철 난방 전력 소비는 감소 추세에 있는 등 계절적 대비가 뚜렷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여름철 냉방에 의한 전력소비가 겨울철 난방에 의한 소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원자력과 석탄 및 가스 발전, 그리고 수력 및 일부 태양력 발전의 경우 냉각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의해 가뭄 발생이 증가하여 냉각수 부족으로 인한 전력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높은 기온으로 인하여 냉각수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전력 생산의 효율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야를 해외로 돌리면 기후변화와 에너지 소비의 상관관계가 보다 명확해진다. 지난 2018년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사한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석유의 비중이 32%로서 가장 크고 그다음이 27%를 차지한 석탄과 22%를 점유한 천연가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되는 연료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이며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석탄의 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난 분야: 태풍, 대설, 지진, 풍랑, 강풍 등 자연재해 증가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재해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연평균 자연재난 피해액은 약 5430억 원이며, 복구액은 1조 3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최근 10년(2009년∼2018년) 사이로 기간을 좁히면 원인별 자연재난 피해액인 총 3조 6281억 원을 기준으로 호우와 태풍이 88.5%, 그리고 대설 6.6%, 지진 2.7%, 풍랑 1.2%, 강풍이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총 7조 7095억 원에 달하는 복구액은 호우·태풍 94.5%, 지진 2.5%, 대설 1.7%, 풍랑 0.5%, 강풍 0.2%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려한 향후 자연재난 피해액을 연간 11.5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2020∼2060년 동안 발생 가능한 연간 자연재난 피해액은 2002년에 발생한 최대 피해액의 1.4배인 11조 4,794억 원으로 추정하였다.

기후변화와 결부되어 시설물의 노후화 및 성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붕괴 또는 기능 상실시 상당한 인명·재산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댐, 하천 관리시설, 상·하수도, 절토사면 등 주요 시설물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래 전망 시나리오

기후변화와 재난의 상관관계를 묘사한 저서인 『6도의 악몽(Six Degrees)』은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가 집필했다. 라이너스는 이 저서를 통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1℃에서 6℃까지 상승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알기 쉬우면서도 섬뜩하게 묘사했다.

우선 지구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심화되면서 기상이변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상이변 현상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북극의 빙하가 대부분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 뉴욕시 등 해안가 주변에 형성된 도시들이 침수 사태를 겪으면서 수많은 이주민이 발생할 것이다.

이어서 4℃가 상승하게 되면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본격적으로 녹으면서 남극의 빙하는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버린다. 빙하가 사라진다는 것은 빙하 속에 들어있던 물질이 방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인 메탄이 분출되면 지구온도는 더 상승하게 된다. 빙하가 사라질수록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상승부터는 지구가 지옥처럼 변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탈하고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해저에 갇혀있던 메탄 하이브레이트가 분출하면서 지구의 기온은 6℃까지 올라가는데, 기온이 6℃까지 상승하게 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멸종하게 된다.

이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닥치기 전에 전 세계는 절박하게 힘을 합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모든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게다가 바이러스 발생은 위생이나 날씨 등의 영향에 의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다르다. 전 세계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고, 지역과 시간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사람이 없는 오지에 들어가 산다고 한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생명을 잃는 것은 매한가지다.

따라서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파격적으로 감축해야만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 통계 시스템이 보여주고 있다.